티스토리 뷰
시골 작은학교에서 귀여운 아이들과 복작복작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초등교사입니다.
문학영재강사 출강, 연구대회, 자격연수 등 지금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달려오며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아이 한 명 한 명의 눈높이에 온전히 맞춰야 하는 요즘은, 교사로서의 제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힘겨우면서도 뜻깊은 나날의 연속입니다.
오늘 하루도 속상함과 웃음이 교차하는 여러 이벤트가 있었는데요. 교단에서의 기록을 가만히 남겨봅니다.

1. 수학 시간: 정답지를 베낀 아이, 속상함 뒤에 찾아온 성찰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평소에도 마음이 많이 쓰이는 친구가 있습니다. 수학익힘책을 풀라고 준 시간, 그 아이가 제법 열심히 무언가를 적고 있었습니다. 다 풀었다며 밝은 표정으로 가져온 책을 보니 정답률이 100%였습니다.
알고 보니 수학익힘책 맨 뒤에 있는 정답지를 그대로 베껴 쓴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당황스럽고 속상한 마음이 스쳤지만, 감정을 가만히 누르고 교과서에 있는 기초 문제를 아이에게 내어주었습니다. 쉬운 문제조차 풀지 못해 망설이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이내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모른다고 말하기 부끄러워서 정답지를 펼쳤을 아이의 답답함은 얼마나 컸을까?'
아이의 눈을 맞추며 부드럽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다음부터는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말해줘도 괜찮아. 선생님은 모르는 걸 가르쳐주려고 항상 옆에 있는 사람이니까."
아이를 달래어 보낸 뒤, 스스로에게도 말해주었습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하나씩 천천히 걸어가자고 마음을 다스려봅니다.
2. 체험학습 준비: 유관순이 여자였나요?
조만간 아이드로가 함께 2박 3일 일정으로 역사 문화체험학습을 떠날 예정입니다. 유관순 생가 방문이 포함되어 있어, 4교시에는 다 함께 유관순 위인전을 읽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열심히 책을 읽던 그 친구가 갑자기 동그란 눈으로 저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선생님, 유관순이 여자였나요?"
정말 세상에서 가장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오늘 처음 알았다며 물어보는 모습에 멈칫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2교시에 속상했던 마음이 아이의 무해하고 순수한 한마디에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아이에게는 매일매일이 세상의 모든 것을 새로 알아가는 배움의 연속인 셈입니다.
3. 교사로서 느낀 소회
학급 경영과 수업에 나름 자신감이 있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지만, 한 아이의 마음과 배움의 속도를 맞춰간느 일은 여전히 어렵고 많은 에너지가 쓰입니다.
하지만 오늘도 아이의 순수한 시선 덕분에 교사로서 또 한 번 배웁니다. 다가오는 견학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며 더 풍성한 배움을 얻을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도 전국 각지의 교단에서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애쓰시는 모든 선생님들을 응원합니다.
※ 본 글은 학생 개인정보 보호 및 인권 보호를 위해 에피소드 및 일정을 일부 각색하여 작성되었습니다.
https://youtube.com/shorts/_X-2aT-SA-M
'열정박샘 교단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교직일기]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부모님이 가장 많이 놓치는 '법적 실수'와 교사의 마음 (0) | 2026.09.16 |
|---|---|
| [교사일기] 퇴근 후 스마트폰을 꺼두는 이유 : 교사에게도 '휴식할 권리'가 필요합니다 (1) | 2026.09.11 |
| [교직일기] 1급 정교사부터 교감 자격연수까지, 100점 만점 연수성적 공개 (0) | 2026.08.22 |
| 자굴산 등반, 사전답사(교단일기 2026.4.8.) (1) | 2026.04.23 |
| 연수 60시간 연수성적 96점 도전기 (1) | 2026.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