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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왜 자신들만 시키고 도전을 하게 하냐는 학생의 말이 시발점이 되어서 편지를 적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2.5단계로 외할머니의 부고 소식을 듣고도 장례식장에 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할머니께 편지를 적었고 새마을문고 대통령기 독서경진대회 편지글 부문에 작품을 내었으며 편지글 낭송을 영상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사랑으로 아껴주셨던 외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습니다.
9월 10일, 하늘의 별이 되셨습니다. 차순엽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 드리지 못한 외손녀는 저절로 눈물이 납니다.
외할머니, 부를 때마다 눈물이 나는 외할머니께
한 번도 글을 적지 못하다가 이제야 받을 수 없는 편지를 적습니다. 이 편지로 그간의 고마움을 직접 전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슬픕니다.
9월 가을의 하늘이 갈수록 높아지는 그 날. 외할머니께서 하늘로 가셨다는 전화와 함께 코로나 2.5단계이니 장례식장에 외손자, 외손녀들은 가지 않기로 했다는 친척 어르신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실내 인원이 50인명이 넘지 않아야 했기에 모든 외손자, 외손녀들은 오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고 합니다. 사회에서 잘나가는 외손자, 외손녀이여서 외할머니께서 하루 종일 자랑을 해도 모자랄 정도인데.
외할머니!
외할머니의 영정 사진을 보고 목놓아 울고 싶었는데……. 요양병원에 계실 때도 찾아가 보지 못했는데……. 코로나19는 할머니를 보내야 하는 제 마음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외할머니의 부고 소식을 알게 된 날 장례식장도 가지 못했기에 평소의 일상처럼 근무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날 무슨 정신으로 수업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외할머니는 저에게 너무 큰 존재로 남아계셨기에 그 부재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100세가 곧 다 되어가기에 호상이라고 저 자신을 위로하지만 어떻게 호상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외할머니께서 주신 사랑이 주마등처럼 스쳐 갑니다.
어릴 때는 오일장이 가장 좋았습니다. 오일장 날이면 차로 10분 거리에 사는 외할머니께서 오시는 날만 기다렸습니다. 외할머니 아셨나요? 외할머니께서 고사리손에 건네주셨던 백 원짜리 동전으로 부자된 듯한 국민학생이었습니다. 그 돈으로 통장도 처음 만들어보았고, 통장에 한 푼, 두 푼 넣기도 하며 동네 구멍가게에서 불량식품도 실컷 사 먹을 수 있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서 첫 알바인 과외를 하고 그 과외비를 받아서 외할머니께 드리던 날을 기억합니다. 외할머니께서는 “어떻게 이 돈을 쓰노?” 하시며 의미 있는 물건으로 의미를 두고 싶다며 편찮으신 외할아버지의 은수저를 사주셨습니다. 엄마가 생활비를 넉넉하게 주셔서 굳이 과외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외할머니께 드리는 것이 좋아서 계속 과외를 했답니다.
결혼해서 딸아이를 낳고 엄마에게 딸아이를 부탁할 때 일주일에 한 번씩은 외할머니께서 딸아이를 봐 주셨습니다. 1세대와 4세대의 만남이었습니다. 한 살 딸아이가 다칠까 봐 가만히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계셨다는 외할머니. 3살까지 왕외할머니댁 마당에서 길고양이를 따라다니며 걸음마를 하던 딸아이가 어느새 11살이 되었습니다.
딸 일곱에 아들 하나를 낳으신 외할머니. 어릴 때는 이모가 너무 많아서 지역명을 붙여서 이모를 외웠습니다. 삼천포 이모, 물건 이모, 진주 이모, 부산 이모, 논산 이모, 사천 이모.
명절이 되면 외할머니댁은 시끌벅적했습니다. 이모, 이종사촌, 이종수, 이질, 이질녀까지. 시골 넓은 마당에서 숯불도 피우고 고기도 굽고 전도 부치면서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그 따스함이 좋아서 외할머니께서 요양병원에 가시기 전까지 명절이면 남편과 아이들을 함께 외할머니댁에 가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50명이 넘는 친척들이 일 년에 두 번 모여서 얼굴을 보는 것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구심점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하늘에서 우리를 보고 계실 외할머니!
곧 추석입니다. 외할머니댁 유자나무도 키위나무도 그 자리에서 잘 자라고 있는데……. 그 나무들의 주인은 이제 없습니다. 명절마다 마당을 채웠던 친척들은 앞으로는 추억을 떠올리며 외할머니를 그리워할 것입니다. 외할머니께서 하늘나라로 가신지 20일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믿어지지 않고 마음이 아픕니다.
외할머니댁과 가까이 살아서 어려서도 커서도 자주 만나서 외할머니와의 추억을 만들었기에 코로나19가 밉기만 합니다. 마지막 임종을 곁에서 지켜드리지 못하고 넋 놓고 울 수 없어서 가슴이 아립니다. 그 자리가 너무 큽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아픈 마음이 조금은 무뎌질 것이라 봅니다.
외할머니!
외할머니께서 주셨던 그 사랑을, 그 믿음을 기억하며 하루하루 소중하고 알차게 사랑하며 보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외할머니, 편히 눈을 감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지켜봐 주세요.
2020년 9월 28일
눈물을 참으며 외손녀 은영 올림
youtu.be/pky6XBX37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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